발매 시기 : 2013. 10. 11
앨범 장르 : 댄스/ 재즈
구매 가격 : 선물 받음 (약 30,000원)
타이틀 곡 : 분홍신
트랙 숫자 : 13곡
개인 평점 : ★★★★★★★★☆☆

처음엔 이 앨범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련의 사건 이후로 인터넷을 통해 온갖 욕을 다 먹어서 이미지 탈피를 이런 식으로 해보려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던 잔잔한 백 사운드에 아름다운 보이스를 들려주던 기타를 타고, 레인 드롭, 어 드리머 같은 스타일이나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고 대중성 있던 좋은날, 너랑 나, 삼촌, 부, 있잖아 같은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게 좀 충격이었습니다.
선 티저 곡이었던 입술사이 50cm, 분홍신을 듣고는 완전 이상한 방향으로 새 컨셉을 잡았다 싶었는데 막상 앨범을 까보니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확실히 정규 3집 앨범은 기존의 곡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고, 자신의 음악적 진보를 시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 뮤지션이라면 한 번 터뜨리고 나면 검증된 안전하게 대중성 있는 음악을 고집할텐데, 정규 앨범 세 번째 만에 기존의 것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인 것이 눈에 띕니다.

3집 앨범의 전체적인 틀은 재즈 풍입니다.
개인적으로 재즈 풍의 음악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많이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점점 듣다 보니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낯선 장르가 주를 이루다 보니 별 수 없이 이 앨범에서는 선호하는 곡과 조금 꺼리는 곡이 나뉘게 되었습니다.

먼저 꺼려지는 곡은 1번 트랙 '을의 연애'와 3번 트랙 '입술 사이 50cm', 9번 트랙 'Havana', 12번 트랙 '기다려', 5번 트랙 '모던 타임즈'까지 총 5곡 입니다.
특별한 이유를 콕 집어서 설명하진 못하겠습니다. 그저 들어도 들어도 귀에 익지 않고, 이 트랙을 들으려고 일부러 손이 가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끌리지 않는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이게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의 호불호를 정할 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새로운 시도 자체는 좋지만 영 끌리질 않습니다.

이 앨범의 트랙은 12개입니다. 불호였던 다섯 곡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곱 곡은 모두 좋아합니다.
트랙 수가 적은 정규 앨범은 열 곡 정도 밖에 안 되고, 그 중에서 인트로 & 아웃트로 혹은 인트로가 있는 앨범도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한 볼륨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3집 앨범 한정판에 수록된 5장의 사진들 참 좋네요.
무리한 컨셉으로 빨강 루즈를 바른 사진들 말고 나머지 풋풋한 사진들이 마음에 듭니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앨범도 사진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너무 무리해서 변화를 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차라리 적당히, 혹은 천천히 변화를 시도했다면 뮤지션 본인도 더 자연스럽게 노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즈 풍의 음악. 그건 새빨간 립스틱처럼 이제 갓 물 20대를 넘어선 아가씨에겐 너무 과한 옷인 듯 합니다.
어색합니다.

2번 트랙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재즈 풍의 음악으로, 아이유와 가인의 적절한 조화가 좋고 왠지 모르게 아슬아슬한 그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타이틀 곡인 4번 트랙 '분홍신'은 대중성을 살린 지금까지의 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앨범 컨셉에 맞게 더 신나고, 흥겨우며, 가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7번 오블리비아테는 싫은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는 여인의 마음 속을 노래로 풀어낸 곡 같습니다.
혹은 끔찍한 기억이 될 수도 있겠네요.

8번 트랙 아이야 나랑 걷자는 최백호씨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으로, 그 특유의 굵직한 보이스와 아이유의 소녀 같은 보이스가 어우러져 아주 미묘하면서 특별함을 주는 곡입니다.

10번 트랙 우울시계는 샤이니 종현이 피쳐링한 곡으로 20대가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는 감정의 변화 속에서 저녁 노을만 봐도 괜시리 우울해지는 기분을 잘 표현한 곡입니다.
거기에 백 사운드가 절묘하게 그 느낌을 더하고 있습니다.
아주 멜랑꼴리한 곡입니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꽂힌 곡은 11번 트랙 '한낮의 꿈'입니다.
양희은 씨에게 피쳐링을 부탁한 건 정말 좋은 수였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포크 감성에 젖었습니다.
오래전 기억을 자극하는 포크의 향수가 돋보이는 훌륭한 듀엣이 아주 좋습니다.

13번 트랙 '보이스 메일'은 일본 앨범 Can You Hear Me?에 수록된 곡을 한글 가사로 바꿔 수록한 곡으로, 마치 실제로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듯한 노랫말이 인상적입니다.
흔들리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전화기에 푸념을 주절주절 거리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 나오는 음성 메시지의 안내 메시지도 적절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뜬금 없이 꽂혀서 툭하면 한 곡 재생으로 계속 듣고 있는 6번 트랙 '싫은 날'입니다.
처음엔 미니 3집 앨범 '좋은 날'의 오마쥬 곡인가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외로움.
뼈에 사무치도록, 주변은 따듯한데도 혼자만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고독함과 외로움이 이 곡의 주제입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이제 20대가 된 소녀가 어떻게 이런 감정을 이리도 잘 표현하고 이런 호소력을 뱉어낼까 하는 것입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한번 내지르는데, 이 곡을 전에는 그냥 넘겼었습니다.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지요.
근데 최근에 우연히 다시 듣고는 놀랐습니다.
외로움을 표현하듯 잔잔히 흘러가는 백 사운드와 외롭고 우울한 마음속 혼잣말을 노랫말로 속삭이고,
마지막에 그것이 터지듯 내지르는 부분에서는 전율이라고 하기는 좀 거창하고 소름이 돋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하루에 몇 번씩 듣고 있습니다.
싫은 날 가사
키 큰 전봇대 조명 아래
나 혼자 집에 돌아가는 길
가기 싫다 쓸쓸한 대사 한 마디
점점 느려지는 발걸음
동네 몇 바퀴를 빙빙 돌다 결국
도착한 대문 앞에 서서 열쇠를 만지작 만지작
아무 소리도 없는 방 그 안에 난 외톨이
어딘가 불안해 TV 소리를 키워봐도
저 사람들은 왜 웃고 있는 거야
아주 깜깜한 비나 내렸음 좋겠네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다녀간 온기
왜 따뜻함이 날 더 춥게 만드는 거야
웅크린 어깨에 얼굴을 묻다가
주머니 속에 감춘 두 손이 시리네
어제보다 찬 바람이 불어 이불을 끌어당겨도
더 파고든 바람이 구석구석 춥게 만들어
전원이 꺼진 것 같은 기척도 없는 창 밖을
바라보며 의미 없는 숨을 쉬고
한 겨울보다 차가운 내 방 손 끝까지 시린 공기
봄이 오지 않으면 그게 차라리 나을까
내 방 고드름도 녹을까 햇볕 드는 좋은 날 오면은
3집 앨범은 들을 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별로 끌리지 않았던 곡들도 좋아질 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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