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캡콤의 행보로 인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추락한 지금,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기대보다는 의심부터 하게 되는 묘한 상황에 처해있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와 함께 호러 어드벤처의 양대산맥으로 꼽혔던 "바이오하자드"는 갈수록 액션 게임스럽게 변하고 있었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원점으로 회귀, 처음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시체를 뜯어먹다가 고개를 돌리는 흐리멍텅한 좀비의 시선에서 느꼈던 충격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 팬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신작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 콥스』라는 게임이 발표되었고, 게임 내용에 대한 정보와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은 다시 한 번 실망하게 됐다. 이번에는 이전 시리즈보다 더 액션성이 강한 슈터 장르의 게임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모두가 놓치고 간 것이 있었으니, 놀랍게도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 콥스』가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 되었다는 점이다. 혹자는 "누가 이런 게임을 한글화해달라고 했느냐", "정작 원하는 넘버링 타이틀은 안 해주고 이런 쓰레기만 해주냐"라며 비난을 했지만, 갑작스러운 시리즈 한글화가 비록 마이너한 스핀 오프에 불과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차기 넘버링 타이틀도 한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과연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 콥스』가 팬들이 비난할 만큼 형편없는 쓰레기 게임이 맞는 걸까? 필자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기대없이 시작했던 이 게임에 흥분을 느꼈던 필자로서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이 게임을 제대로 해보고 다시 평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만큼 만듦새가 나쁘지 않은 게임이고, 미흡한 필력이지만 이 포스팅을 통해 그 이유를 전하고자 한다.
엄브렐라의 실험체들이 주인공인 스핀 오프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 콥스』는 명백한 스핀 오프 타이틀이다. 부제의 엄브렐라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흑막 기업을 가리킨다. 멀티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매우 간소화되긴 했지만, 싱글 스토리 모드가 분명히 존재하고, 미션 설명을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명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글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 이해도 쉽고 게임에 적응하기도 더욱 쉬워졌다.
그 내용에 따르면 엄브렐라에서는 바이러스 환경에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좀비가 득시글대는 지역으로 실험체들을 밀어넣고 임무 수행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실험체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묘사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후반에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또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테스트에 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싱글 플레이 모드는 누군가의 실험일지를 체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싱글 플레이 모드는 주어진 미션을 선택하여 진행하게 된다. 도중에 분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마만큼 많은 분기가 존재하는지, 혹은 얼마만큼 심도 있게 스토리를 다루는지에 대해서는 더 해봐야 알 일이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싱글 플레이 모드는 단지 연습 게임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이다. 초반 미션은 거의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남으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베리에이션이 들어갈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쾌적한 조작감과 스피디한 게임 진행
게임을 본격적으로 플레이하기 전에 튜토리얼을 꼭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튜토리얼은 2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 게임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주어진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며 조작 체계를 익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조작 체계를 너무 복잡하지 않게 만들어 두었고, 조금만 해보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일반적인 슈터 장르의 그것과 유사했다. 따라서 슈터 장르를 평소에 즐겨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금새 적응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 콥스』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는 "랭킹 매치", "프리 플레이", "프렌들리 매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랭킹 매치"는 매치 결과에서 정산된 경험치를 입수해 플레이어의 레벨을 성장시킬 수 있는 모드이다. 나머지 "프리 플레이"와 "프렌들리 매치"는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경험치를 입수하지 못하는 모드이다. 이 게임에는 레벨 성장에 따라 사용 가능한 장비가 늘어나는 형태이므로 "랭킹 매치"를 플레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게임 방식은 "One Life Match"와 "Multi Mission"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One Life Match"는 한 번 사망하면 부활할 수 없고 한 라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대기해야만 한다. "Multi Mission"은 한 라운드에서 무제한으로 부활할 수 있으며, 라운드마다 미션의 목적이 바뀐다.
양쪽 모두 3라운드 매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맵 자체가 크지 않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캠핑할 만한 위치가 많지 않아서 한 라운드가 빨리 끝나는 편이다. 그러나 적 플레이어 외에도 다양한 타입의 좀비가 함께 등장하므로 생각보다 신경써야 하는 일이 많고 전략적인 전술행동이 요구된다.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으며 나름대로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게임에 금방 몰입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스타일은 많이 다를지 모르지만 국내 유명 FPS 게임인 서든 어택과 비슷한 느낌도 있는데, 필자는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는 탑뷰 시점으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다. 덕분에 마치 리그전을 관람하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만일 함께 하는 지인들이 있다면 클랜전처럼 경기를 진행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만, 상대의 위치까지 모두 파악이 되기 때문에 약간의 치팅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라운드가 종료될 때마다 대기 시간 동안에 현재의 성적을 표시해주는데, 생각보다 이 점수라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게임이 종료되면 매치 결과와 함께 최고 득점, 최다 사살, 최다 어시스턴트 등 세 가지 부문에서 MVP를 선정해 화면에 표시해준다. 여기에 아이디가 올라가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고, 자꾸 이름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경쟁심에 불을 지피게 되면서 게임을 시작하면 2시간은 기본으로 달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부가적으로 U-Trial이라는 도전과제들이 주어지는데, 이것도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총으로 몇 명을 죽여라", "헤드샷으로 몇 명을 죽여라"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있고, 달성할 때마다 소정의 보상이 지급되는 시스템이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재미를 주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약간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매칭 시간이다. 플레이어가 많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필자가 새벽 1시부터 플레이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매칭이 그렇게 원활하지 않았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초창기 매칭보다 약간 나은 정도인 것 같았다. 이것은 인터넷 환경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며칠간 더 해보고 추가로 후기를 남길 예정이니 기다려주길 바란다.
매치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플에이 영상을 확인해보자!
캐릭터와 장비를 커스터마이즈하는 재미
레벨이 오를수록 다양한 파츠가 풀리는데, 멀티 플레이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즈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복장(OUTFIT), I.C.O.N(이모티콘), WAPEN(부착물), DECAL(데칼/페인팅) 등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복장의 경우에는 부위별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색상까지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데칼은 마스크 혹은 백팩 재머에 위치와 각도, 크기까지 조절해가며 원하는 대로 부착할 수 있다.
장비도 마찬가지로 레벨에 따라 조금씩 풀리는 구조인데, 총구 부착물과 조준경 종류를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어느 밀리터리 슈터 게임처럼 디테일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콜 오브 듀티 정도의 수준은 되는 걸로 보인다. 조준경의 경우에는 사이트의 모양까지 바꿀 수 있어 자신이 익숙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
이외에도 근접 공격 무기도 몇 가지 종류가 제공된다.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러 콥스』에는 일반적인 근접공격 외에도 파일이라는 별도의 전용 무기가 존재한다. L2를 누르면 꺼낼 수 있는 무기이며, 일반 근접 공격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단숨에 골로 보낼 수 있다. 게다가 L2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파일을 벌겋게 달구는데, 이것도 굉장한 위력을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살상 수단이다. 파일 외에도 레벨 업에 따라 손도끼 같은 무기를 선택할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되겠다.
FPS + TPS, 슈터를 원한다면 질러라!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 콥스』는 아주 훌륭한 명작 게임은 아니다. 자잘하게 거슬리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레인보우 식스 시즈』 이후로 할만한 슈터 게임이 없기도 하고, 그에 준하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면 이 게임은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슈터 장르의 기본적인 재미와 시스템을 충실하게 잘 살렸다고 평가하고 싶다. 장담하건데, 스피디한 진행과 그리 어렵지 않은 조작, 그러면서도 전술적인 재미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할 수 있는 사람
1. 슈터 장르의 팬
2. 속도감 있고 단순한 슈터를 원하는 사람
3. 슈터 장르에서 레벨 업에 따른 보상과 광범위한 커스터마이즈를 원하는 사람
추천할 수 없는 사람
1. 호러 게임으로써의 바이오하자드를 기대하는 사람
2. 스토리와 그에 따른 연출을 중요시하는 사람
3. 속도감 있는 슈터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